졌지만 반갑고, 기뻐하기엔 아쉬운…여자축구에 '숙제' 남긴 AFC 챔스 4강전
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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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17:00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는데….”
박길영 수원FC 위민 감독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아쉽지만 그래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며 울컥했다.
수원FC 위민은 지난 20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에서 북한 여자 클럽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에 1-2로 졌다. 전반을 압도했고 후반 5분 선제골도 터뜨렸으나 이후 내고향의 반격에 무너졌다. 후반 33분 지소연이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동점 기회를 놓친 게 뼈아팠다. 지소연은 경기 뒤 “미안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비록 졌지만, 이날 경기는 장대비가 쏟아지는데도 관중 5700명(경찰 추산)이 지켜보는 등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방송1(KBS1) 생중계 시청률은 6.4%(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집계)였다. 이날 방송된 지상파 3사 108개 프로그램 중 5번째로 높다. 박길영 감독은 “(한국에서 여자 축구를 보려고) 이렇게 많은 관중이 온 적도, 이렇게 많은 기자가 온 적도 처음”이라며 “설레기도 하고 너무 반가웠다”고 했다.
한국여자프로축구(WK리그) 평균 관중은 수백명 정도다. 수원FC 위민의 2026시즌 WK리그 안방 개막전 관중은 901명이었다.
하지만 이 관심이 온전히 수원FC 위민과 한국 여자 축구를 향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도 큰 듯했다. 내고향이 북한 여자 축구팀으로는 12년 만, 북한 선수로는 8년 만에 방남하면서 이 대회에 관심이 쏠린 게 사실이다. 민간단체들이 남북 공동응원단을 꾸렸는데, 경기 중에는 “내고향”, “내고향”을 외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길영 감독은 “경기 중에 여러 가지로 속상하고 마음이 조금 아팠다”지만, 한편으로는 여자 축구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선수들은 우승을 넘어 한국 여자 축구의 발전을 위해 한 발 더 뛰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북한 축구팀이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강하게 압박하고, 간혹 과한 행동으로 기싸움을 했으나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소연도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상대가 욕하면 우리도 욕하고, 발로 차면 같이 발로 차면서 대응할 것”이라는 말로 강한 각오를 내비친 바 있다.
지소연은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으나, 수원FC 위민은 이날 참 잘 싸웠다.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의 맞대결은 남북 대결이라는 화제성 못지않게 선수들의 경기력도 좋았다. 박길영 감독은 “이번 경기가 한국 여자 축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리고, 팬들이 다시 한번 경기장을 찾아오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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